2014년의 푸르렀던 날들

작년에 한참 옥상 텃밭이 푸르던 때의 모습입니다. 사진 찍어놓고 한참을 안 올렸다가 문득 찾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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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유키에, 가와구치 마사미 + 하세가와 요헤이

얼마 전에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인 사토 유키에 씨가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식 공연 같은 것은 아니고 홍대에 있는 작은 이자카야 ‘하루키’에서 다른 일본인 뮤지션 친구들과 공연을 한다고. 게스트 중 하세가와 요헤이 씨 같은 경우는 이제 우리에게 ‘양평이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사미 씨 같은 경우는 내게 이 소식을 전해준 형님이 무척 연주를 듣고 싶어 했었다.

한참 아방가르드(를 비롯한 각종) 음악을 열심히 찾아듣던 시절에 사토 유키에 씨가 진행하고 있던 아방가르드 음악 공연 시리즈 ‘불가사리’에 종종 갔었다. 오토모 요시히데에게 싸인을 받았던 것도 이때였고(그런데 Dave Phillips의 공연을 놓친 것은 지금까지도 너무 후회된다). 그런데 관광비자로 유료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2006년에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추방당하면서 시리즈가 중단되었고, 이후에 예술가 비자를 받아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나는 그때 이후로 그를 잊고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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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즉흥연주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변함없이 공연 직전에는 화려한 셔츠와 선글라스를 쓰고 (너구리 마리오처럼 꼬리도 장착했다) 기타를 쥐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보컬의 성량과 음색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풍부하여 놀랐다 (사실은 그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너무 편향되이 그의 음악 세계를 감상해왔었구나 싶다).

무엇보다도 그는 무척 유쾌하고 밝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다시 기타를 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벌써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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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제자

옛날 미군 표현으로 SNAFU라는 게 있다. Situation Normal, All Fucked Up의 약자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근무중 이상무, 다 좆됐음‘ 정도가 될 테다. 한국 군대가 돌아가는 모습을 가장 함축적이면서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한미혈맹 이상무!”)

부대 앞 헌병 애들이 야간에 몰래 치킨을 시켜먹었다가 당직사관에게 딱 걸렸지만, 부대 지휘관 입장에서 이런 사건이 공개적으로 알려져서야 도움될 것이 없다. 부대장은 여단장 상황보고에도 그저 ‘이상무’를 외칠 뿐이다. 치킨을 먹은 것을 들켰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은 초병이 군무이탈을 시도하기 전까지는. 군대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사고’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SNAFU (1)

이걸 따서 이름 붙인 원리(SNAFU principle)도 있다. ‘소통이란 동등한 위치에서만 가능하다‘는, 유래에 비해 매우 고상하게 변한 의미를 갖고 있다. 생각해 보면 매우 단순한 진리이다. 오늘 무슨 일들이 있었건 간에 노크 귀순 같은 ‘사고’만 없다면, 합참에서 일선 부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보고는 ‘이상무’로 가득할 것이다.

단지 군대에서만, 혹은 회사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인간관계의 소통 오류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것이 가장 악랄하면서도 가장 비극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바로 구루(스승)와 제자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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