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안돼! 왜? 한국이 독재국가가 될지도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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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슈는 정세가 변할 때마다 갖가지 논쟁의 불씨를 지핀다.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논의의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미래’의 통일한국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통일 이후에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정도의 약조가 미국에서 있어줘야 그나마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 주도의 통일에 협력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과 같은 지상군의 주둔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지적도 있다.))

두 주 전, 호주의 Lowy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The Interpreter 블로그에는 주한미군 철수 이슈에 대한 흥미로운 글들이 올라왔다. 부산대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치는 Robert E. Kelly가 쓴 글들인데 찬반 양론의 이야기를 모두 (혼자서) 정리했다는 게 독특하다. 철수 찬성 입장에 대한 글과 반대 입장에 대한 글 모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순히 양측의 입장을 정리만 한 것은 아니고 그간 논의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을 짚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내게 가장 흥미로운 지적은 바로 주한미군 철수 반대의 논거 중 하나였다. 주한미군이 철수하여 대한민국이 제힘으로 국방을 책임져야 하게 되면, 파키스탄과 같이 억압적인 ‘절반의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For thirty years the ‘republic’ of Korea was more like a Prussianised barracks-state dictatorship than a republic, with one dictator, Park Chung-hee, who genuinely seemed like the Korean version of Mussolini (Park’s repression was the big reason President Carter wanted to withdraw from Korea as part of his human rights emphasis in US foreign policy). (…)

Long, enervating national security competitions, like those between Pakistan and India, or North and South Korea, are corrosive to democratic and liberal institutions. South Korea’s dictators used to justify repression and illiberalism on precisely these grounds. (…) A US withdrawal that pushed up South Korean defence spending to 7% of GDP might threaten the South Korean experiment with liberalism and democracy, one of especial importance in the future as an Asian model against the authoritarian ‘Beijing consensus.’

박정희는 ‘빨갱이 척결’을 내세우며 30년간을 독재했다. 당시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했던 이유에는 ‘인권’을 강조했던 자신의 대외 정책에 박정희 독재정권이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한국의 독재자들은 남북 대치를 자유의 억압에 대한 핑계거리로 사용해 왔다. 따라서 미군 철수에 따른 한국의 군비 증강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로버트 켈리의 지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볼 때 충분히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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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배치된 경찰 병력 (출처: 트위터 @onsae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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