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도 주목하는 한국의 웹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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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도 emerging market 중에서는 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국에 관한 각종 IB 보고서들이 많이 나온다. 문외한들에게도 널리 이름이 알려진 IB조차도 한국 관련 기업/섹터 보고서를 읽어보면 과연 한국 시장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한국 증권사들보다 한국의 정황을 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CLSA의 보고서가 그렇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예상 및 분석은 여기만큼 제대로 한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분석의 수준도 훌륭한 데다가 의외로 내용도 자유로운 편이어서 ((창립자들의 배경에 저널리즘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여지껏 읽어본 IB 보고서들 중에서 유일하게 ‘WTF’라는 표현을 보기도 했다.)) 읽다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달 말에는 웹툰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 ((Jongmin Shim, Korea’s hit contents; ‘Webtoons’, CLSA, 28 December 2014))를 내놓았다.

웹툰: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지만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주요 원천

사실 ‘웹툰’이라는 콘텐츠 포맷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존재한다. 때문에 해외의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중요한 미디어 상품이 되었다. 보고서는 2015년에는 웹툰이 한국 만화 시장의 36%(2,950억 원 상당)를 차지하면서 기존의 만화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표) 웹툰과 한국 만화 시장 매출 비교
(표) 웹툰과 한국 만화 시장 매출 비교

CLSA가 적확히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웹툰의 영향력이 만화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TV, 영화 등 대중매체 콘텐츠에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숱한 영화들이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최근의 대히트 드라마 <미생>을 낳지 않았는가.

보고서는 중국과 일본의 매체에서도 <미생>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미디어 기업도 <미생>을 월스트리트로 배경을 바꾸어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소식도 전한다.

정작 수혜는 다음카카오가 아닌 네이버와 CJ E&M이 누린다?

공전의 히트작 <미생>을 제공하고 있는 쪽은 다음카카오이건만, 웹툰 열풍으로 잘 익은 과실들의 대부분은 다른 기업들이 따고 있는 듯하다. 네이버는 ‘라인 망가’라는 앱으로 이미 일본의 웹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고 한다. 일본의 온라인 만화 시장 규모는 한국의 다섯 배다.

보고서는 CJ E&M의 플랫폼을 높이 평가한다. “오직 CJ E&M만이 웹툰을 온라인/오프라인 채널, 국내/해외 시장 모두에 팔릴 수 있게 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 웹툰 시절부터 <미생>은 성공작이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미생>을 하나의 ‘현상’으로 만든 것은 CJ E&M이 만든 드라마 버전이었다. 보고서는 드라마 <미생>이 광고와 VOD 판매로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럼 다음카카오는 무엇을 했나? 보고서는 <미생>을 핵심 사례로 다루면서도 다음카카오의 역할에 대해서는 상세한 언급이 없다. 웹툰 열풍의 수혜주로 다음카카오를 언급하면서도 “네이버가 라인으로 일본에서 하듯이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짧게 남길 뿐이다. ((그외에도 미국 최초의 웹툰 포털인 Tapas Media에 2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하기는 한다.))

희대의 성공작 <미생>을 가지고 다음카카오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짧은 지식으로는) 짧은 웹드라마 시리즈 제작과 원작의 유료화(…)였다. 히트작 하나만 가지고 시장의 판도를 뒤엎기란 물론 어려운 일이고, 제아무리 공룡 포털이라 할지라도 웹툰을 하나의 IP로 삼아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웹툰 하나를 놓고 볼 때도 다음(카카오)과 네이버는 사업 능력에서 큰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 ((일전에 다음에서 근무하던 한 형님께서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다음, LG, 민주당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정확히 무엇인지야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 실로 명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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