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과 트와이스 ‘Cheer Up’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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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단다. 이제 그걸 알려주지. 흥분을 억제해야 한다. 아주 조금만 삽입했다가 빼. 그녀가 욕망에 미쳐서 어서 넣어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기다려. 그럼 아까 보다 조금 더 삽입한 다음, 다시 빼는 거야. 그녀가 요구할 때까지 자제하고 기다려야 해. 심지어 요구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주지 않는 거다! 그 다음에 네가 할 것은 그녀를 만지는 거지. 그녀는 폭발해 버릴 거야… 아들아, 이것이 바로 ‘섹스의 기술’이란다.

코미디언 루이스CK의 시트콤 <루이Louie>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7세의 아들에게는 전혀 적합치 않은 성교육을 시전하는데 그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다. 루이스CK 본인의 ‘무슨 7살 짜리 애한테 35세 여성에게 절정을 안겨주는 방법 같은 걸 가르쳤는지ㅋ’ 같은 코멘트도 재미있지만((보아하니 루이스CK의 아버지는 실제로 그가 어렸을 적에 저러한 성교육을 시전한 것 같다)) 왜 남자는 자신의 흥분을 그대로 상대에게 맡기지 못하고 억눌러야 하는 걸까?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이제는 무작정 도색물 배우처럼 풀무질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루이의 아버지가 문제의 성애(性愛) 기술을 가르치는 태도에서 엿볼 수 있는 ‘권력 우위의 감각’이다. 상대가 애원할 때까지, 스스로를 억제하며 기다리기. 왜 억제하는가?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억누르면서까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주목하는 측면에서 답은 하나다.

네가 애원하기를 기다린다. 내 발 밑에서 애원하여 나의 권력 우위를 보여줄 수 있도록.

절제와 인내는 권력 우위를 획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트와이스의 최근 히트 싱글 Cheer Up이 이에 관한 최신의 사례다.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걸
태연하게 연기할래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하는 맘 모르게

바로 바로 대답하는 것도 매력 없어
메시지만 읽고 확인 안 하는 건 기본

너무 심했나 boy
이러다가 지칠까 봐 걱정되긴 하고
안 그러면 내가 더
빠질 것만 같어 빠질 것만 같어

소녀들의 깜찍한 율동과 감성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이 노랫말이 담고 있는 감각은 루이의 아버지가 전수해주는 노련한(?) 성애 기술의 본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더 빠질 것만 같”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연기”해야 하고 “쉽게 맘을 주면 안”되는 이유를 소녀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 걸”

모든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애 관계에서도 권력 구도는 생성되게 마련이다. 좀 더 좋아하는 쪽이 열위에 설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자신의 우위를 악용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열위를 인식하면서 뭔가 억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대중적으로 이러한 인식이 크게 번지게 되면서 소위 ‘밀당’이라는 신조어가 활발히 유통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권력관계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것만 추구하다가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가 지칠까봐” 걱정된다는 트와이스 소녀들의 근심은 권력관계에서의 우위만 쫓다가 어느 순간 연애의 목적을 잊어버린 결과다.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느끼는 것은 즐거울 수 있지만, 애초에 연애 관계에서 당신이 정말로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나?

이런 현상에 대한 해독제로 나는 현철의 I Love You를 권한다. 이것은 단순한 ‘아재 감성’이 아니다. 만년에 각도覺道한 노련한 사랑꾼의 노래다.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 예스 인가요 노오 인가요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로 우리서로 애태우지마~
아이 러브 유 유 러브 미 예스 인가요 노오인가요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로 우리서로 힘빼지 말자~
네가 좋아 손을 내밀면 못 이긴척 안겨와야지
내가 지쳐 포기한다면 우리사랑 어떡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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