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의 제로카셰어링으로 아반떼를 0원에 빌릴 수 있다. 획기적이지만 아직까지 한계도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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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서 쏘카의 제로카셰어링 1차 파트너로 선정된지 한 달 가량 됐다. 제로카셰어링이 뭐냐면 한 달에 약 21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아반떼AD를 1년간 렌트할 수 있는 상품이다. 1년 후에는 반납하면 된다. 선납금은 없다. 다른 장기렌트 서비스의 경우 3~400만 원 정도의 선납금에 한 달에 20만원 중반의 렌트비를 내야하는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유리한 상품이다.

그럼 대체 이걸 왜 하느냐고? 쏘카 측은 이 아반떼를 자신이 타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허용하면 그만큼을 렌트비에서 깎아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론상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이 차를 나누어 타면 내가 필요할 때 아반떼를 내 차처럼 내 집 앞에서 이용하면서도 렌트비는 0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쏘카 측에서 이 서비스를 실시하는 의의에 대해서는 더기어 정보라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결국 쏘카는 자기네 차량을 배치할 만한 주차장을 찾는 데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이를 (쉽게 접근이 가능한) 주차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염가에 차를 렌트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차량이라는 게 (특히 서울처럼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서는) 기껏 수천만 원짜리를 사놓아도 실제로 굴리는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도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차를 받고 나니

지난달 23일쯤엔가 선정 사실이 통보됐고 실제로 차를 인수받는 데 까지는 2주 가량이 더 걸렸다. 고객센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렌트를 담당하는 업체에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쏘카 측은 차량 렌트 자체는 또 다른 회사에 외주를 주는 것이다. 뭐 설마 큰일이야 있겠냐만은 만약 차량의 렌트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 두 단계를 건너야 하여 좀 골치 아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아반떼AD를 받는 그날이 왔다. 아반떼는 내가 처음으로 장만했던 차량이기도 하다. 3년간의 처량했던 군 생활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었다가 제대 이후 다시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게 되자 굳이 쓸 일이 없어져 다시 팔아버렸다. 그 이후로 차량을 보유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도 ‘보유’는 아니지만) 다시 아반떼를 만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제로카셰어링용 아반떼AD(상세 스펙)에서 돋보이는 것은 센터페시아에 달려있는 태블릿과 후방카메라다. 후방카메라는 아반떼급에서 이런 게 달려있는 걸 처음 몰아봐서 신기해서… 태블릿은 쏘카측에서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차량 예약 관리부터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 내비게이션, 후방카메라까지 한 화면에서 처리가 되니 상당히 편리하다.

게다가 와이파이로 차량 안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편리하다. 쏘카 서버 등과의 내부통신용으로 쓰는 와이브로(또는 LTE)를 고객과도 공유하겠다는 바람직한 마인드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그 기능이 한정되어 있어 카카오내비나 T맵 등을 쓰던 분들은 그냥 그걸 계속 쓰게 되지 싶다. 기본적인 설정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전혀 없어 당황했다.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으면 이동하고 있어도 단속 구간 알림 같은 걸 전혀 하지 않는다. 길을 잘 아는 동네에서 운전을 할 때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차량을 공유하는 방법

하지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실제로 차량을 어떻게 공유를 시키느냐는 것이었다. 매일 정해진 스케줄대로 공유를 시켜야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렇다면 가끔 급하게(?) 차량을 써야할 때도 있을 것인데 이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게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차량을 (우선적으로) 렌트하고 있는 본인 마음대로다. 아예 공유를 안해도 된다. 쏘카 앱 말고 제로카 앱이라는 별도의 앱을 사용하여 공유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앱을 실행시키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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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시작 시간은 현재시각이 뜨고 종료시간을 설정한다. 그러면 이 설정한 시간 동안에는 (공유 예약이 걸려있을 경우)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 예약이 걸려있지 않으면 종료 시간 전에서 취소를 시키고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니 하루 정도 단위로 공유를 걸어놓고 그 다음날에도 차를 쓸 일이 없을 것 같으면 또 하루 정도 단위로 공유 설정을 해두는 것이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공유를 많이 시키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공유가 이루어지고 나면 해당 사용자가 지불한 금액에서 일정 정도가 나의 렌트비 할인에도 기여된다. 앱에서 얼마나 렌트비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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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위치가 좋아서인지 하루 정도 공유를 걸어두었더니 벌써 네 건이나 사용이 있었다. 쏘카 측에서 온 안내문에 따르면 벌써 렌트비 0원을 달성한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한계

제로카셰어링이 기존의 쏘카 방식보다 업체와 사용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으려면 다음과 같은 흐름의 모델이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1. 차량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종종 필요한 사람이 있다.
  2. 이런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기 집 주차장에 두고서 쓰고 싶어 한다.
  3. 주차장이 접근성이 좋고 과도하게 폐쇄적이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4. ‘우선적 임차인’은 다른 쏘카 이용자보다 자신이 계약을 하여 1년간 임대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5. 따라서 기존의 쏘카 차량보다 잘 관리될 수 있다.
  6. 이를 위해서는 이 ‘우선적 임차인’이 차량을 관리하는 데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7. 그리하여 차량은 기존의 쏘카 차량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높은 접근성으로 보다 많은 회전율을 보여준다.

현재의 제로카셰어링에서는 6번에 해당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기존의 쏘카 차량의 관리 상태가 6번을 강력하게 요청할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월 8회 세차를 할 수 있는 카드 밖에 없다. 차량 점검도 내가 가서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걸 왜 굳이 받으러 가야하지? 제로카셰어링은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인센티브라는 것은 항상 금전적, 물질적인 것으로만 부여되는 게 아니다. 이 차량이 내가 관리하는 차량이다—라는 심리적 소속감 같은 것을 보여줄 수 있게끔 서비스를 구성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처음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당연히 이 차량이 위치한 쏘카존 관리자도 자동으로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차량의 이름을 설정하는 것이라든지, 사용자 매너에 대한 리뷰라든지 이런 것들을 관리하는 기능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한 사나흘 정도 공유를 돌렸는데 총 8건 정도 셰어링 사용이 있었다. 이전까지는 다들 매우 깨끗하게 사용해주었는데 오늘 오후에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사람을 보니 차에 개를 데리고 탔는데 시트와 인테리어에 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런 ‘개’매너 탑승자에게 아무런 피드백을 할 수가 없는 차량에 과연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왜 이런 차를 직접 세차까지 시키고 그래야 할까?

이것이 제로카셰어링 사업 모델 디자인의 중대한 결함이다. 사용자 상호간의 리뷰를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장려하지 못하면((수 차례 쏘카를 써본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문제는 쏘카에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종류의 차량 공유 서비스는 길게 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제로카셰어링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테슬라 모델3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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