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문제: 두 언어 사이의 권력관계

Winner of the 2016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for fiction Han Kang, right, with her translator who shares the prize, Deborah Smith, pose for the media with the winning book 'The Vegetarian' following the award ceremony in London, Tuesday, May, 16, 2016. (AP Photo/Alastair Grant)

“한국문학 번역의 실패는 한국어에 너무 충실하게 번역해 외국어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와 외국어 독자들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한국어와 한국문학 고유의 특징을 소거해버리는 경우로 크게 나뉜다.”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 수상과 함께 주목을 받은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의 <채식주의자> 번역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다. 사실 이게 한국문학 번역만의 문제일 리 없다. 그 언어 고유의 문법구조나 그……

곡성 (어찌 스포 없이 리뷰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흡인력은 간만이다. 개봉 당일 보고는 그 다음날 다시 봤다. 두 번째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는 <엔젤 하트>였는데 이는 내가 이런 류의 오컬트 스릴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악마/귀신의 존재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과 토착신앙(부두교와 한국/일본의 무속)이 주는 기묘한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곡성이 엔젤 하트와는 달리 성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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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박물관 기행

사육사가 건빵이 든 통을 흔들면 돼지들이 마구 뒤따른다. 그야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

시작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뭇여성들은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자태에 빠져든 듯했지만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꾸 그 새끼돼지가 생각났다. 토실토실한 몸과 귀여운 코, 힐을 신은 듯 우아한 발. 조류에 이어 이젠 돼지가 좋아졌다. 나도 돼지니 이것은 나르시시즘인가 이런 나의 돼지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이 예전에 취재차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돼지 농장엔가를 간……

옛 면도법에 대한 예찬

키가 자라는 건 이미 한참 전에 멈추었는데. 수염은 그 이후에도 자라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대학 초년생 때만 하더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 깎아도 충분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저녁이면 까칠해진다. 귀찮아서 수염을 길러보는 것도 생각해 봤다. 모두가 말렸다. 인생에는 모두가 말리더라도 감행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스타일에 관련된 것들은 대체로 예외다. 무엇으로 깎을 것인가. 전기면도기는 급한 아침에 편리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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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통제권과 군 통수권

“(미합중국) 대통령은 미군에 대한 통수권을 유지하며 절대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사안별로 대통령은 적절한 미군 전력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승인한 특정한 작전에 권한 있는 유엔 지휘관의 작전통제 하에 두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력은 독립전쟁 이래로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창설 이래 외국군 사령관의 통제 하에 임무를 수행해왔다… 미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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