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번역의 실패는 한국어에 너무 충실하게 번역해 외국어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와 외국어 독자들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한국어와 한국문학 고유의 특징을 소거해버리는 경우로 크게 나뉜다.”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 수상과 함께 주목을 받은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의 <채식주의자> 번역에 대한 한국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다. 사실 이게 한국문학 번역만의 문제일 리 없다. 그 언어 고유의 문법구조나 그……
Month: May 2016
곡성 (어찌 스포 없이 리뷰가 가능하겠습니까)
이런 흡인력은 간만이다. 개봉 당일 보고는 그 다음날 다시 봤다. 두 번째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는 <엔젤 하트>였는데 이는 내가 이런 류의 오컬트 스릴러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악마/귀신의 존재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과 토착신앙(부두교와 한국/일본의 무속)이 주는 기묘한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곡성이 엔젤 하트와는 달리 성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돼지박물관 기행
시작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뭇여성들은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자태에 빠져든 듯했지만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꾸 그 새끼돼지가 생각났다. 토실토실한 몸과 귀여운 코, 힐을 신은 듯 우아한 발. 조류에 이어 이젠 돼지가 좋아졌다. 나도 돼지니 이것은 나르시시즘인가 이런 나의 돼지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이 예전에 취재차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돼지 농장엔가를 간……
옛 면도법에 대한 예찬
키가 자라는 건 이미 한참 전에 멈추었는데. 수염은 그 이후에도 자라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대학 초년생 때만 하더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 깎아도 충분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저녁이면 까칠해진다. 귀찮아서 수염을 길러보는 것도 생각해 봤다. 모두가 말렸다. 인생에는 모두가 말리더라도 감행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스타일에 관련된 것들은 대체로 예외다. 무엇으로 깎을 것인가. 전기면도기는 급한 아침에 편리하긴……
작전통제권과 군 통수권
“(미합중국) 대통령은 미군에 대한 통수권을 유지하며 절대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사안별로 대통령은 적절한 미군 전력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승인한 특정한 작전에 권한 있는 유엔 지휘관의 작전통제 하에 두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력은 독립전쟁 이래로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창설 이래 외국군 사령관의 통제 하에 임무를 수행해왔다… 미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