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예전같지 않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케빈 로버츠 회장이 11월 초 백인 우월주의자 닉 푸엔테스를 인터뷰한 터커 칼슨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였지만 이미 그 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첫째는 MAGA에 휩쓸리면서 전통적인 보수의 자세를 잃은 것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영향력도 잃고 있다는 것.

[…] 1973년 설립된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 운동의 기둥 역할을 해왔으며 레이건 행정부의 이념적, 정책적 동력이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의 당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으로 변모하면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기부자와 참모들 사이에서 신생 싱크탱크들이 힘을 얻고 있으며, 올해 헤리티지 관계자들은 고위직에서 대부분 배제되었다. 헤리티지의 문제는 한때 공화당 정치의 비주류로 치부되던 인물들과 견해를 트럼프가 포용하면서 악화된 우파 기관들과 보수 운동 내부의 다른 갈등들을 반영한다.

헤리티지는 2023년 디샌티스 주지사를 대표 연사로 내세운 컨퍼런스에서 연합체의 900페이지 분량 정책집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초청받지 못했다. […] 트럼프 참모진은 로버츠 회장이 디샌티스 캠페인에 기여했던 사실을 쉽게 간과하지 않았다.그들은 승인 없이 트럼프의 의제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헤리티지에 대해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2024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에서는 AFPI 관계자들이 우위를 점했고, 그 계열 인사들이 장관급 직책 8개를 차지했다. 많은 헤리티지 출신들도 행정부에 합류했으나, 대개 스티븐 밀러의 미국우선법률재단(AFL)이나 러셀 보트의 미국재건센터(CRA) 등 다른 싱크탱크에서 최근 경력을 쌓은 경우였다.

Arnsdorf, I., & Bogage, J. (2025, November 6). Heritage staff in open revolt over leader’s defense of Tucker CarlsonThe Washington Post.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헤리티지의 공동 설립자 에드 퓰너의 자세와 비교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최근 ‘더 디스패치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주의 활동가 팀 채프먼은 로버츠 회장을 에드 퓰너(1941~2025)와 대비시켰다. 퓰너는 1973년 브루킹스 연구소를 비롯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들의 대항마로서 헤리티지 재단을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우파 성향이었으나 공화당 외부의 존재로서, 보수적 아이디어를 발전·배양해 궁극적으로 공화당의 정책 이니셔티브에 토대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헤리티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채프먼은 “공화당과 보수 운동이 완전히 동일했던 적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며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보수 운동 덕분에 이득을 보아왔다. 역사적으로 헤리티지가 수행한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프먼은 조지 H.W. 부시의 증세 계획에 퓰너가 반대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퓰너가 우려를 표명한 회의 직후, 부시 대통령은 헤리티지 회장에게 “당신은 다시는 백악관에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퓰너는 “대통령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헤리티지는 대통령님께서 떠나신 후에도 오랫동안 이곳에 남을 것입니다”라고 응수했다.

채프먼에 따르면, 이제 헤리티지는 의식적으로 그 임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헤리티지는 당 지도부의 ‘집행자enforcer‘가 되어가고 있다. 정책의 타당성이나 재단의 과거 입장과는 무관하게, 백악관이 제안하면 헤리티지가 이를 옹호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의 명분은 국가가 존립 위기에 처해 있으며, 좌파로부터 나라를 구할 유일한 길은 트럼프 운동뿐이라는 것이다.

Riley, J. (2025, November 12). How the Heritage Foundation lost its wayThe Wall Street Journal.

현재 추세로 볼 때 다음 정권도 MAGA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아마도 그 기수는 JD 밴스가 될 것인데 앞으로 더 많은 이슈들이 불거져야 그의 정치적 입장이 더 명확해지겠지만 밴스도 이미 전통적인 미국 보수주의와는 궤가 많이 다르다. 앞으로도 전통 보수주의가 갈 길은 험한데 과거 등대와 같았던 헤리티지 같은 곳들이 몰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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