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색소폰 장만 핑계
슈타이너는 악기를 세 종류로 구분하고 각각을 팔다리(사지), 가슴, 머리와 연결시켰다.
옛날에 대학 도서관에서 읽었던 일본인이 쓴 슈타이너 개론서(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분야는 일본 책을 번역한 게 많다)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위치에 따라, 그러니까 타악기는 바닥에서 연주하니 팔다리, 피아노는 가슴께에서 연주하니 가슴, 바이올린은 머리 등으로 구분한다고 읽었는데 최근에 궁금해져서 슈타이너 강연록을 찾아보니 내용이 많이 다르다.
타악기가 팔다리에 조응하는 건 맞는데 가슴에 대응하는 건 현악기이고 목관악기가 머리에 대응한다. 정말 특이한 것은 플룻이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은 본래 영적 세계에서 연원한 데 반해, 피아노는 물질 세계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결국에는 ‘지양’해야 할 악기란다.1
그동안 다뤄본 악기가 해로운 피아노와 기타(기타는 현악기이긴 한데 슈타이너 형님은 프렛이 달린 현악기는 쳐주지 않으실 거 같다…) 뿐이었는데 보다 전인적인 인격과 교양의 도야를 위해서는 앞으로 타악기와 관악기를 좀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이 글은 아마도 역대급 색소폰 산 핑계일 것이다. 아, 그리고 나중에 살 드럼셋에 대한 핑계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