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새로운 음식물 쓰레기 처리 정책은 벌써부터 망조가 훤한데…
뉴욕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정책이 지난 4월부터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그냥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됐는데 이제는 유기물 쓰레기organic waste는 분리 배출해야 한다.1 (정확히는 작년 10월부터 시행됐는데 4월부터 과태료 부과가 실시되면서 사실상 강행 규정이 됐다.)
유기물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매립지로 향하는 유기물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게 주목적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콤포스트”로 처리한다고 해서 나도 관심을 가졌다. 뉴욕시 정도 사이즈에서 전면적으로 콤포스팅(퇴비화)을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임팩트가 클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기대처럼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The Free Press의 6월초 기사 내용이다:
폐기물 대부분은 도시 최대 유기물 처리 시설인 브루클린의 뉴타운 크릭Newtown Creek 하수 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음식물 쓰레기가 도착하면 하수 폐기물과 섞여 ‘바이오슬러리bioslurry‘를 형성하며, 이는 가열 및 분해 과정을 거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과정을 통해 약 75%의 메탄 가스와 약 25%의 바이오 고형물이 생성된다. 메탄 가스는 재생 에너지로 전환되어 에너지망에 다시 공급되고, 바이오 고형물은 하수 독소가 제거되면 비료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모르는 것 같다. 2021년 뉴욕시 독립예산처New York City Independent Budget Office 보고서에 따르면, 시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단 5%를 처리하는 데에만 연간 2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별개의 타임스 기사에서는 의무 퇴비화 프로그램의 연간 비용이 4000만 달러에서 2억5100만 달러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당히 자본집약적인 방식인 것이다. 게다가 설비 문제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2023년 4월~2024년 3월의 12개월동안 다운타임이 46%였는데 그때는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태워서 날려버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더욱 이해할 수 없던 것은 이건 퇴비화(콤포스팅)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사에서도 이 점을 지적한다:
엘킨스는 단호했다. 그는 시스템이 가동될 때조차도 유기성 폐기물은 ‘바이오슬러리’로 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건 퇴비가 아닙니다.”
이 방식은 콤포스팅보다는 한국식 처리방식과 더 비슷해 보인다. 워낙 다른 나라들의 쓰레기 처리 방식이 개판이다보니 한국의 처리 방식이 나라 밖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는 건 들어 알고 있었지만 뉴욕이 한국과 비슷한 길을 걷는 건 좀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
오히려 내가 기대했던 방식을 이미 실천하고 있던 뉴욕의 소규모 커뮤니티들이 전면 ‘콤포스팅’ 정책 실시 이후에 예산 삭감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Free Press 기사는 커뮤니티 단위 콤포스팅 방식과 이를 비교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뉴욕의 산업적 규모의 유기물 쓰레기 처리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은 퇴비화가 도시를 더 푸르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소규모로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며, 지역 사회는 이미 그 방법을 효과적으로 파악했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코치인 마사 겔노는 수년간 맨해튼 헬스키친 지역에서 시의 로컬 커뮤니티 콤포스팅 프로그램을 위해 자원봉사를 해왔다. 이는 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풀뿌리 네트워크다. 겔노는 커뮤니티 콤포스팅과 의무적 콤포스팅 수거 방식의 차이점은, 로컬 커뮤니티 콤포스팅 장소의 음식물 쓰레기는 100%가 공원과 정원을 위한 비료가 되는 반면, 의무 수거 프로그램의 음식물 쓰레기 대부분은 메탄가스로 전환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 공무원들은 의무적 콤포스팅 수거를 간단한 시민적 행위로 제시한다. 뉴욕시 위생국(DSNY) 대변인 그라냐니는 “뉴욕 시민들이 쥐와의 전쟁과 환경 보호라는 올바른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그들은 언제나 동참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들은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며, 미국의 복잡한 산업적 친환경 해결책 중 다수는 우리를 녹색 정책에 회의적으로 만들 뿐이다.
반면, 로컬 커뮤니티 콤포스팅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쉽게 느껴진다. 프리스코는 매일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길 건너편 로컬 커뮤니티 콤포스팅 처리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담배를 피운다”라며 “나에게는 퇴비화가 나의 담배 피우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주로 경험한) 보카시 콤포스팅은 로컬 커뮤니티 단위로 실천하기에 매우 좋은 방법이긴 한데 전국, 나아가 세계 단위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에는 캐파가 나오기 어렵다. 최소 2~4주의 혐기발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만큼의 음식물 쓰레기를 저장해서 발효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일반적인 보카시 퇴비통 20리터 짜리나 거대한 풀장 크기의 발효장(?)이나 걸리는 시간은 같지만 스케일이 커지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 더 급진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는 파리 유충이 공식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이 도시의 주민 60만 7천 명과 6개 인근 지방 자치 단체에서 매년 배출하는 270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빌뉴스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시작한 폐기물 처리 회사 ‘에너지스맨Energesman‘은 이 서비스에 대해 시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에너지스맨의 최고 경영자(CEO) 알기르다 블라지스Algirda Blazgys에 따르면, 2026년까지 1만20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기반으로 시는 연간 최대 200만 유로(약 30억 원)를 절약하게 된다.
BBC, Should we be letting flies eat our food waste?, 2025년 6월 27일
기사에서는 구체적인 명칭을 밝히진 않지만 십중팔구 동애등에soldier fly일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런 목적으로 동애등에를 키워본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아직 활용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더 필요하다:
핵심은 유충이 성체 파리로 변하기 전에 수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백질이 풍부한 파리 유충을 동물 사료나 산업용 단백질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인트, 접착제, 램프 갓, 가구 덮개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프래스frass‘라고 불리는 유충의 분변은 비료로 사용될 수 있다.
에너지스맨은 이미 페인트, 접착제, 가구 산업의 파트너들과 공급 시험을 시작했지만, 블라지스 대표는 예상보다 더 복잡하다는 걸 인정한다.
에너지스맨이 키운 파리 유충으로 만든 샘플 페인트는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제작된 램프 갓은 유망해 보인다.
그는 또한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연구 목적 및 박테리아 먹이용으로 파리 유충을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지역 낚시 업계에서도 유충을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BBC, Should we be letting flies eat our food waste?, 2025년 6월 27일
BBC 기사는 영국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는 기업이 있지만 규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소개한다. 해당 기업의 CEO는 매년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13억 톤 중 최대 40%까지는 벌레를 사용하여 ‘업사이클’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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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뼈, 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음식물 쓰레기와 음식으로 오염된 종이, 정원 폐기물(나뭇잎, 잔디 등)을 일반 쓰레기와 분리하여 지정된 갈색 쓰레기통에 배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