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조차, 아니 어쩌면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정치보다는 기술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온 세상을 뒤덮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추측은 그중 하나일 뿐,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프 베이조스는 “향후 20~30년” 안에 “수백만 명이 우주에 거주하는”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지구인들이여, 그보다 더 짧은 기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 시나리오들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에서 극우 대통령이 당선되어, EU를 탈퇴하지는 않으면서 EU가 제 기능을 못 할 때까지 내부에서 발목을 잡는다. 러시아가 나토(NATO) 회원국을 상대로 조약 제5조와 제6조에 따른 “무력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를 감행한다. 2007년에는 거의 전무했던 테러 관련 사망자가 이제는 전 세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헬 지대가 서방 공격의 근거지가 된다. (2000년대 초반의 아프가니스탄을 떠올려보라. 다만 사헬은 유럽과 미국에 훨씬 더 가깝다.)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두 나라 모두 채권 위기를 겪으면서, 최선의 경우에는 필수적인 경제 정책 수정을, 최악의 경우에는 사회 동요를 초래한다.

그러니 얼마든지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추측해도 좋다. 하지만 전적으로 있음 직한 한두 가지 정치적 사건만으로도 기술이 일상에 미칠 수 있는 그 어떤 영향도 무색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럽의 국방비 증액 전망과 같은 비교적 사소한 흐름조차 세금, 나아가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어지간한 기술 혁신으로는 맞먹거나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의 파급력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보라.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기술 거물들이 공적 영역에 끼어들었을 때, 이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제나 공공 계약을 왜곡하려는, 즉 사익을 추구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개인으로서의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정치로 방향을 튼 것은 ‘진짜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는지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상업 영역의 그 어떤 것도 지적 자극의 원천이자 역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서의 국정(國政)에 필적할 수 없다. 기술의 정점에 오른 이들이야말로 그 한계를 가장 명확히 꿰뚫어 보는 듯하다.

Ganesh, J. (2025, October 22). Politics not tech makes the world go round. The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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