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사상계’의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 시절이 한참 지나고서 태어난 내가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박상륭 선생이 사상계를 통해 문단 데뷔를 했다는 걸 읽으면서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나중에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사상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누군가가 황석영도 사상계에서 데뷔하지 않았느냐고 말을 꺼냈던 것 같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황석영에 대한 바이오그래피를 보면 고교 시절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가작’을 받았다는 언급 정도가 나왔다.

그때 선생은 단호하게(내가 본 노년의 박상륭 선생이 무언가를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극히 드물어서 기억에 남는다) 황석영이 사기를 치는 거라고 말했다. 벌써 20년 정도 전의 일이라 기억이 정확치가 않지만 사상계에는 황석영이 말했던 그런 식의 ‘가작’ 선정이 없었댔던가. (그런데 어디서는 박상륭 선생이 사상계 가작으로 등단했다는 언급이 있기도 하다.)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이젠 황석영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게 공식 바이오그래피다. 보아하니 2010년대부터 그렇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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