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Assault: 중국은 캐나다에 어떻게 침투했는가
중국의 정보·정치공작은 여러 국가에서 물의를 빚고 있다.
- 영국 정보기관은 11월 중국 정보기관이 영국 의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포섭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10월에는 중국 스파이로 의심되는 영국인들을 노동당 정부가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큰 논란이 됐다.)
- 미국에서는 5월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 작년 뉴질랜드 총리는 중국의 자국 내 스파이 활동을 공개적으로 더 많이 밝히겠다고 했다.
- 작년 필리핀 정보기관은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국 내 정부, 언론, 에너지 산업에 걸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공작은 꾸준히 벌어진다. 최근 노르웨이의 교통 당국은 중국산 전기버스가 원격으로 무력화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영국 국방부는 중국산 전기차 내부에서 안보 관련 보안사항을 논의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내 옵시디언 스크랩북에서 잠깐 검색한 것만 해도 이렇다. 각 나라마다 중국의 공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물론이고, 관련 서적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도 책이 나왔다고 해서 좀 의외였다. 캐나다라고 하면 어쨌든, 영국,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고, 미국과도 매우 가까운 나라 아닌가.
캐나다 정보기관의 분석관이었던 데니스 몰리나로가 지난 11월 발간한 ‘Under Assault: Interference and Espionage in China’s Secret War Against Canada’가 보여주는 캐나다의 안보 실상은 짐작보다 훨씬 심각했다. 캐나다도 우리 민족이었어!
의외로 캐나다와 한국은 대중 관계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첫 번째는 캐나다와 한국 모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입장에서, 중국이 이용하기 쉬운 상대였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훗날 이렇게 설명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주타겟은 미국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캐나다를 (먼저 공략하길) 선호했다.”
워싱턴의 소식통에 따르면, 캐나다 주재 중국 외교관이 매주 국경을 넘어 미국 내 중국 스파이들이 수집한 산업 및 군사 정보를 수거해 갔다고 한다.
두 번째는 캐나다의 좌파 정치인들이 전통적으로 캐나다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적이라는 걸 불편해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좌파 성향에 미국의 ‘제국주의’를 우려했던 [피에르] 트뤼도는, 중국이 미국의 승인과 지지를 얻어내려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유력 인사의 전형에 딱 들어맞았다.
세 번째는 정부가 중국의 침투에 대한 경고를 오래전부터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기회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안일하게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권들은 현대화되는 중국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에 눈이 멀어 있었다.
그 기간 중국과의 무역은 부자가 된 몇몇 캐나다 개인과 기업에게는 승리였을지 모르나,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는 결코 승리가 아니었다.
정보 기관 내의 끊이지 않는 불만은, 캐나다가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정부에) 전달했음에도,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외국 간섭 문제가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이 조기에 하락하는 데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의 정부가 어떤 유산을 남기든, 외국 간섭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인식 때문에 그 유산은 영원히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심지어 중국이 캐나다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을 때도 쥐스탱 트뤼도 정부는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나중에 의회에서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는 결국 중국 문제에 훨씬 민감하고 민첩했던 미국의 캐나다에 대한 입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캐나다는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서 배제되었다.
캐나다가 (심각한) ‘중국 문제’ 때문에 배제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거의 전적으로 외면하려 했기 때문에 배제된 것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우리 동맹국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이 두 가지 이유가 모두 작용했다 하더라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국 의회(하원) 및 상원의 중국 및 중국공산당(CCP) 관련 위원회와 연계된 두 명의 관계자에게, 중국(PRC)의 내정 간섭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이 자신의 북쪽 이웃(캐나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요청했다.
"’농담(joke)’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중 한 명이 대답했다. “여기(미국)서 정말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이곳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캐나다를 보라’는 것입니다.”
"’캐나다는… 이미 (중국에) 장악당했습니다.’ 악의적인 영향력 공작을 다루는 분야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일부 사람들은 ‘캐나다는 지금 간신히 침몰만 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파트너십에 관해,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결국, [캐나다 정부의] 그러한 무대응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캐나다와의 첩보 공유 문제에 대해 논의했을 때, 그들은 (정보가) 언론으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중국의 간섭 행위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무대응’ 자체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책에서는 중국이 1960년대부터 전략적으로 캐나다의 정치인들을 그루밍(?)해왔다는 것부터 캐나다의 세계적인 통신기업이었던 노텔Nortel이 중국의 지속적인 해킹 이후 화웨이 등에게 기술을 빼앗겼다는 주장(저자는 이것이 한때 세계 최첨단의 선도 기업이었던 노텔이 몰락한 계기가 되었다고 시사한다), 캐나다 정부가 자국 국회의원이 중국 정보기관 연관 인물들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등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이야기건만 캐나다의 정치권과 재계가 속절없이 중국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읽다 보면 전혀 남의 나라 일 같지가 않다.
캐나다에서 벌어진 일은 십중팔구 한국에서도 벌어졌을 것이다. 이미 중국의 해외 비밀 경찰서도, 정치인에 대한 미인계 의심사례도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중국의 한국 정보·정치공작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진 게 없다. 이 분야에서 상당히 중요한 연구인 알렉스 조스케의 ‘Spies and Lies’도 한국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상태다.
침투는 계속된다. 11월, 현직 경찰 정보관이 외사 관련 정보를 주한 중국 영사관에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