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찾아낸 중국과 동남아의 균열점
미국과 중국은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두고 각축을 벌여왔다. 그런데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에 휩쓸린 이후로 동남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관세부터 소프트파워 약화까지)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결국 중국의 역내 패권 확립으로 막을 내리는 걸까?
그런데 과거 캐나다 외교부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제프 마흔Jeff Mahon은 미국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갈라놓을 균열점을 찾아냈다고 17일 닛케이아시아 기고문에서 주장한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가 미국과 맺은 상호무역협정이 바로 그 근거다. 마흔은 이것이 그 직후에 이루어졌던 미중 무역전쟁 휴전보다 더 중대하다고 본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등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인프라 파트너’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중국과 동남아는 경제 발전 모델(수출 주도 성장)에서 경쟁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동남아시아의 중요한 개발 파트너이기는 하나, 중국이 제시하는 핵심 가치는 인프라 금융 및 건설 지원에 있다. 중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의 순환 고리를 완성할 수 있는 확실한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 과잉 상태인 세계 최대 제조 강국으로서, 중국 자체가 동일한 글로벌 수요를 놓고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미국은 이 순환 고리를 완성해 준다. 이는 일부 ‘미국 우선주의자American Firsters‘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리쇼어링이 어려운 저가 소비재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장 접근권을 얻는 대가로 미국의 경제 안보 정책에 동참함으로써,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근본적인 이해상충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중국이 내수 주도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정치 체제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이 근본적인 ‘이해상충’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에도 거의 똑같이 적용된다.
한편 미국에도 불안요소는 상존하는데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 차기 주자로는 밴스-루비오 콤비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밴스의 시대는 트럼프보다 훨씬 더 이념적으로 경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트럼프가 그 이후에 올 그 어떤 MAGA들보다도 더 실용적이고 유연하다는 걸 종종 잊는다.) 미국은 그때도 ‘Gentle Giant’로 남을 수 있을까?